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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 철학적 질문, 전도연, 서사미학 철학적 질문이창동 감독의 2007년작 밀양은 단순한 드라마가 아니다. 이 작품은 인간 내면의 가장 깊은 고통과 회의, 그리고 신앙이라는 복잡한 정신적 궤적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겉으로는 한 아이를 잃은 어머니의 상처와 회복 과정을 다루지만, 그 이면에는 신과 인간, 용서와 원한, 구원과 절망이라는 철학적 질문이 내재돼 있다. 밀양은 종교적 알레고리와 현실의 냉혹함을 절묘하게 교차시키며, 관객에게 도저히 간단히 대답할 수 없는 질문을 던진다.주인공 신애(전도연)는 남편을 잃고 아들과 함께 서울을 떠나 밀양이라는 소도시로 내려온다. 새로운 시작을 꿈꾸며 선택한 공간은 곧 고통의 장소로 바뀌고, 그녀는 아들을 납치당하고 끝내 살해당하는 비극을 겪는다. 이 사건 이후 신애는 철저히 무너지고, 그 폐허 속에서 우.. 2025. 5. 23.
조폭 마누라 : 낯선 조합, 차은진, 액션 로코 낯선 조합2001년 개봉한 조폭 마누라는 당시 한국 영화계에서 매우 이례적인 작품이었다. ‘조폭’이라는 장르적 코드와 ‘로맨틱 코미디’라는 대중 장르가 결합된 이 영화는, 얼핏 보면 단순한 이색 조합으로만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 충돌은 단지 가벼운 유머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조폭 마누라는 장르적 변주를 통해 한국 사회 내 여성의 위치, 권력, 로맨스에 대한 인식까지 날카롭게 파고들며, 상업적 오락 영화로서도 탁월한 재미를 선사한 영화다.영화의 설정은 명확하다. ‘은진’(신은경 분)은 조직폭력배의 보스로, 남성 중심 조폭 세계의 최상단에 있는 인물이다. 반면 상대역 ‘수일’(박상면 분)은 지극히 평범하고 온순한 대학 교수다. 이 극단적인 대비는 ‘성역할 전도’라는 영화의 가장 큰 핵심 코드로 작동한다.. 2025. 5. 22.
신라의 달밤 : 유머 코드, 캐릭터, 서사, 복합 장르 유머 코드2001년에 개봉한 영화 신라의 달밤은 당시로서는 이례적인 흥행을 기록하며 전국 300만 관객을 동원한 작품이다. 감독 김상진은 , 시리즈로도 유명하지만, 신라의 달밤은 그의 코미디 세계관에서 가장 단단한 서사와 캐릭터 구성을 보여준 영화다. 단순히 웃음을 유발하는 오락 영화라기보다는, 2000년대 초반의 한국 사회가 지닌 정치·경제·문화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시대적 작품이다.이 영화의 주인공은 엘리트 공무원이 된 ‘민석’(이성재)과 한때 주먹을 쓰던 ‘동찬’(차승원)이다. 과거 고등학교 동창이었던 두 인물이 오랜 시간이 흐른 후, 공무원과 깡패라는 상반된 정체성을 가지고 다시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단순한 우정 이야기로 시작해, 점차 '기억의 왜곡', '성장과 책임'이라는 주제로 확장된다... 2025. 5. 22.
봄날은 간다 : 계절, 사운드, 갈등, 미학 계절영화 봄날은 간다(2001, 허진호 감독)는 봄이라는 계절이 상징하는 새로운 시작과 따뜻함 속에서 오히려 '끝'을 이야기한다. 표면적으로는 두 남녀의 사랑과 이별이라는 단순한 서사를 담고 있지만, 그 속엔 일상적이면서도 심리적으로 복합적인 인간 감정의 풍경이 섬세하게 묘사된다. 특히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보다는 '사랑은 왜 사라지는가'에 대한 질문을 중심에 둠으로써, 이 작품은 로맨스 영화의 전형을 벗어난 감정의 정밀도를 확보한다.주인공 상우(유지태)는 사운드 엔지니어, 즉 소리를 기록하는 사람이다. 그는 일상을 스쳐 지나가는 자연의 소리들 바람, 눈, 새, 빗소리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인다. 반면, 라디오 PD인 은수(이영애)는 적극적으로 삶을 조율하고 연출하려는 인물이다. 이들의 관계는 애초부터 .. 2025. 5.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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