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 계절, 사운드, 갈등, 미학
계절영화 봄날은 간다(2001, 허진호 감독)는 봄이라는 계절이 상징하는 새로운 시작과 따뜻함 속에서 오히려 '끝'을 이야기한다. 표면적으로는 두 남녀의 사랑과 이별이라는 단순한 서사를 담고 있지만, 그 속엔 일상적이면서도 심리적으로 복합적인 인간 감정의 풍경이 섬세하게 묘사된다. 특히 '사랑은 어떻게 오는가'보다는 '사랑은 왜 사라지는가'에 대한 질문을 중심에 둠으로써, 이 작품은 로맨스 영화의 전형을 벗어난 감정의 정밀도를 확보한다.주인공 상우(유지태)는 사운드 엔지니어, 즉 소리를 기록하는 사람이다. 그는 일상을 스쳐 지나가는 자연의 소리들 바람, 눈, 새, 빗소리에 세심하게 귀를 기울인다. 반면, 라디오 PD인 은수(이영애)는 적극적으로 삶을 조율하고 연출하려는 인물이다. 이들의 관계는 애초부터 ..
2025. 5. 21.